참 좋은 시간이야
오늘 해야 할 일을 할만큼 했으니
마음을 좀 놓아볼까 하는 시간
오늘 해야 할 일을 하나도 못했으니
밤을 새워볼까도 하는 시간
밤 열한 시
어떻게 해야하나 종일 뒤척거리던 생각들을
차곡차곡 접어 서랍속에 넣어도 괜찮은 시간
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던 마음도 한쪽으로 밀쳐두고
밤 속으로 숨어 들어갈 수 있는 시간
밤 열한 시
그래 , 그 말을 하지 않길 잘했어 , 라거나
그래 , 그 전화를 걸지 않길 잘했어 , 라면서
하지못한 모든 것들에게
그럴듯한 핑겨를 대줄 수있는 시간
밤 열한 시
누군가 불쑥 이유없는 이유를 대며
조금 덜 외롭게 해줄 수 없느냐고 물어도
이미 늦었다고 대답할 수 있는 시간
누군가에게 불쑥 이유없는 이유를 대며
조금 덜 외롭게 해줄 수 없느냐고
묻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
밤 열한 시
일어난 모든 일 들에 대해
어떤 기대를 품어도 괜찮은 시간
일어나지 않는 모든 일들에 대해
그저 , 포기하기에도 괜찮은 시간
의미를 저울에 달아보거나
마음을 밀치고 지우는 일도
무의미해지는 시간
밤 열한 시
내 삶의 얼룩들은 지우개로 지우면
그대로 밤이 될것도 같은시간
술을 마시면 취할 것도 같은 시간
너를 부르면 올 것도 같은 시간
그러나 , 그런대로 참을 수도 있을것 같은 시간
밤 열한 시
하루가 다 지나고 또 다른 하루는 멀리있는 시간
그리하여 가던길을 멈추고
생각도 멈추고 , 사랑도 멈추고
모든걸 멈출 수 있는 시간
참 좋은 시간이야
밤 열한 시 ...
[글/황경신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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