폭설, 우리 동네 몽땅 좆돼버렸쇼잉!

테리홍곰베리 2023. 2. 19. 22:36

폭설

 

 

폭설(暴雪)

 

 
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-  오탁번




三冬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

南道 땅끝 외진 동네에



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



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



-주민 여러분!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!
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!

 



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

간밤에 또 자가웃 폭설이 내려



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내렸다



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



-워메, 지랄나부렀소잉!
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!

 


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

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



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



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

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



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

밖을 내다보다가, 앗! 소리쳤다



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

온 天地가 흰눈으로 뒤덮여 있었다



하느님이 行星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

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내렸다



좆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

윗목에 놓인 뒷물대야를 내동댕이치며



宇宙의 迷兒가 된 듯 울부짖었다



-주민 여러분! 워따, 귀신 곡하겠당께!
인자 우리 동네 몽땅 좆돼버렸쇼잉!