끈, 손 사래 치는 퍼런 심줄 줄기 [신달자]

테리홍곰베리 2023. 2. 12. 22:48

유진상가

 

 
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- 신달자



내가 건너온 강이

손등 위에 다 모여 있다


무겁다는 말도 없이 손은 잘 받아 주었다

여기까지 오느라 꽤 수척해 있다


툭툭 튀어나온 강줄기가 순조롭지 않았는지
억세게 고단하게 보인다

허겁지겁 건너오느라 강의 성도 이름도 몰라
우두커니 쳐다보기만 하는데


뭐 이름을 알아 무엇하냐며 손사래를 치는 것인지
퍼런 심줄 줄기가 거칠게 겉늙어 보인다

그 강의 이름을 그냥 끈이라 하자
날 놓지 못하고 기어이 내 손등까지 따라와

소리 없이 내가 건넌 세월의 줄을 홀쳐매고 있으니
자잘한 잔물결이 손등 전체에 퍼져

내가 아무리 떨쳐버리려 해도 세월의 주름은 더 깊게
내 손을 부여잡고 있다

그 세월 손아귀 힘이 장난 아니어서 아예
잠 못 드는 밤 팔베개를 하고


그 강줄기들과 함께 흐르려 한다

 

[테리홍]

테리홍의 건강이야기